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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감상/영화

[영화] 우연과 상상

99mini 2022. 5.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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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상상(2021) - 하마구치 류스케 22.05.09 별점 4.0/5.0


1부.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마법같은 밤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감정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마법같은 하룻밤일 수 있다. 집에 가는 길에 택시를 타고 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롱테이크는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대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친구가 먼저 택시에서 내리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는 건 그런 마법같은 일이 우연히도 내 절친과 내 전 남친의 일이기 때문이다. 2년만에 재회하게 되는 이유는 우연이 만들었다. 헤어진 두 연인이 단 둘이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다시 나눈다는 건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이 될 수 있다. 전 남친이 전 여친을 뒤에서 포옹하다가 우연찮게 직원에게 들키고 전 여친은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온다. 전 남친은 그녀를 따라가지 않는다.
 커피숍에서 절친과의 담소을 나누다가 전 남친을 내 절친이 다시 오늘 만날 거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창가 밖 인도로 그가 보인다. 그가 커피숍으로 들어오고 내 친구에게 그와의 관계와 그 날 밤에 찾아갔다는 이 모든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전 남친에게 선택하라고 한다. 절친은 이에 도망치듯 나가고 전 남친은 그녀를 따라간다. 과감한 줌인이 어색하게 전 여친을 비춘다. 그리고 이는 모두 상상이었다. 현실에서 전 여친은 '나도 그정도 눈치는 있어'라며 커피숍을 나오고 그날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2부. 문은 열어둔 채로

 교수님이 상상만 하던 일이 일어난다. 그것은 우연이다. 외설적이라고 느껴지는 소설의 내용을 낭독하는 학생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교수님은 문은 열어둔 채로 계속 듣는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하지만 그 대화는 역시 사적이고 외설적이다. 상상만 하던 일이 우연히도 찾아와 주었지만 또한 우연히도 그 파일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게 된다.

3부. 다시 한번

 찾는 사람은 동창회에 나오지 않았다. 한 번 꼭 보고 싶어 그녀의 동네로 갔는 데 에스컬레이터에서 우연히도 마주친다. 서로가 서로를 한 번에 알아보고 기쁜 마음으로 재회를 한다. 집에 잠깐 초대하여 옛 이야기를 나누지만 서로는 사실 동창이 아니고, 전혀 다른 고등학교를 나온 처음 본 사이이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다른 옛 추억의 사람을 상상으로 그린 것이다. 우연이 다가와 상상이 만든 생각은 강하게 파고들어 확신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러나 서로가 생각한 상대가 아니더라고 상관없다. 어느 순간에는 지금의 사실보다는 감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서로에게서 찾고 싶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를 배려하듯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연은 인생에서 많이 찾아온다. 그리고 상상이 우연하게 찾아오기도 한다. '우연'과 '상상'은 'and'로 이어지는 단어가 맞는 것 같다. '우연'과 '상상', 그 어떤 것이 먼저 시작되었더라도 둘은 같이 올 것이다. 그 때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이다. 절친과 전 남친의 로멘스, 교수와 작가의 외설적 대화, 동창으로 착각하는 우연한 만남. 이 모든 에피소드에서 중요했던 것은 감정이었다. 찰나에 다가왔지만 찰나는 커다란 마음의 변화를 주었다. 마음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 커다란 감정을 결정하는 순간 역시 찰나다. 우연을 마주할 때는 생각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그 우연이 상상만 하던 일이라도 말이다.
 <우연과 상상>은 평범한 일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함 없다. 늘 존재하고, 자주 마주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조금 더 극적인 상황을 보여주지만 일상과의 큰 차이는 없다. 우연처럼 다가오는 일들이 일생에서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아직 우연이 그런 페이지를 만들 지 못하였다면 영화는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들어 주고, 그런 상상의 결과물이 바로 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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